태국 헌법 재판소, 왕정 개혁 요구에 위헌 판결

'아논(อานนท์) [본명: 아논 남파(นายอานนท์ นำภา)], '마이크(ไมค์)' [본명: 파누퐁 짯넉(ภาณุพงศ์ จาดนอก)], '룽(รุ้ง)' [본명: 빠낫싸야 싯티찌라와타나꾼(ปนัสยา สิทธิจิรวัฒนกุล)]

태국에서 이들 세 사람은 작년 반정부 시위를 이끌며 태국 정부의 부정부패를 비판하고 태국 군주제 개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는 반정부 활동가다. 

태국의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이들의 태국 군주제 개혁 요구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며 태국의 입헌 군주 체계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다"고 판결 내렸다. 태국에서 반역죄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을 만큼 중죄다.

이번 판결은 이들의 행위가 헌법 제49조를 위반했는지를 가려달라는 제소에 따라 이뤄졌다.

헌법 제49조는 국왕을 국가 원수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권리와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헌법 재판소 재판관들은 태국 왕실에 대해서는 "태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둥"이라고 묘사하며 왕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3명의 피고인과 그들의 주변인이 왕실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입헌 군주제가 무너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아논과 마이크의 변호인은 "헌재의 판결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개혁에 대한 요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작년 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반정부 시위는 '왕실 모독'이라는 태국 사회 내 금기를 깨뜨렸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왕실의 리더쉽이 전혀 발휘되지 못한 것에 시민들이 불만이 폭발된 것이다.

특히 태국 시민들은 지난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총리를 총리로 인정한 현 태국 국왕 라마 10세도 정조준 했다.

하지만 해당 시위 지도부는 왕정의 종식이 아닌 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그들은 의회 해산 및 총선 실시,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 반정부인사에 대한 탄압 중단을 요구하면서 태국 왕실의 투명한 운영 또한 강조했다.

태국 정부는 시위대를 물대포 등을 사용해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사용된 물대포가 한국에서 생산된 것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관심을 모았다.

이날 헌재의 판결에 시민 운동가 룽은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정부의 권력 행사는 헌법에서부터 국민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헌재의 판결은 조사 없이 진행되어 피고인의 권리와 충돌하기에 해당 재판의 중지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헌재의 판결이 군주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군주제를 비판하는 게시글을 검열하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SNS에서는 군주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왕실 모독 금지법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왕정에 대한 모든 종류의 모독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 태국 왕족 사진을 개인 SNS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35년 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