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크로우' 트윗 한방에 분주해진 태국 총리...무슨 일이?

태국 방콕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공통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바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전깃줄'이 엉켜있는 모습이다.

일부 전깃줄은 보행자들을 위협할 정도로 낮게 걸려있다. 

이는 도시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홍수가 발생했을 시 보행자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특히 방콕은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에 위치해 홍수가 자주 일어나기에 더욱 위험하다.

다만 아직까지 전깃줄로 인한 사망한 사례는 보도되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반전(?)이 펼쳐졌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짧은 한 줄이 방콕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영국의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은 보도했다.

그건 바로 유명 영화배우인 러셀 크로우(CrRussell owe)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그 시작이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 'The Greatest Beer Run Eve'를 촬영하기 위해 지난 9~10월 간 태국에 머물렀던 그는 “방콕은 꿈꾸는 중”이라는 내용과 함께 하늘을 뒤덮은 전선과 통신선 사진을 공유했다.

그의 트윗을 본 사람들은 비슷한 사진을 올리면서 "왜 그러한 사항이 개선되지 않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결국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엉킨 전선을 보기 좋게 정리해 지하에 매설할 것을 지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태국 총리가 실제 러셀 크로우의 트윗을 직접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앞서 2016년 빌 게이츠가 페이스북에 태국의 뒤엉킨 전깃줄에 대해 언급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빌 게이츠는 전선과 통신선을 착각해 잠시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그의 발언 직후 태국 당국은 127km에 달하는 전선과 통신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미루어보아 러셀 크로우의 발언 또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고 더 가디언은 보도했다.

방콕에서 사업을 하는 칸차나판 와닛쿨(Kanchanaphan Vanichkul)씨는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태국의 문제에 관심을 끌게해 준 것에 매우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태국 당국이 그간 해당 문제를 방치하고 있었던건 아니다.

지난 2019년 방콕 주지사는 2년 이내에 방콕 내 전선과 통신선을 지하에 매장하는 새로운 계획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롬, 수쿰윗 등 일부 도심 지역만 진행 중이며 방콕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탐마삿 대학교 조교수 나퐁 러카판(Napong Rugkhapan)은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선 중 상당수는 실제로 더는 사용하지 않지만, 워낙 복잡하게 엉켜있어 쉽게 제거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선을 새로 설치하지만, 그것을 제거할 의무가 인터넷 회사 측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